[ESKAKA=강서현 기자] ‘야구’라는 스포츠가 시작된 이후로 꾸준히 제기되는 논란이 있다. 바로 투수 혹사 논란이다. 잘하는 투수를 기용해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고 싶은 심리는 당연하지만, 선수의 몸을 생각하지 않고 승리만 바라본다면 이는 선수에게나 팀에게나 독이 될 것이다. 투수 혹사 논란이 과거의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역대 최고 흥행을 달리는 2025년 프로 야구에서도 여전히 각 구단에서는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미디어 노출, 규제 등 모든 면에서 사각지대라고 불리는 대학 리그는 과연 이로부터 안전할까.
투수 혹사란, 과도한 투구량·이닝·등판으로 인한 피로 누적이 부상과 성적 저하를 유발하는 현상으로 흔히 설명된다. 정확한 기준은 정의된 적 없지만 주로 과도한 연습 투구를 포함한 연투 또는 멀티 이닝을 자주 소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 의혹을 제기한다. 또한 한 이닝의 투구수가 과하게 많아지는 경우, ‘벌투’의 경우도 포함한다. 잦은 등판으로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커리어하이를 기록하는 선수도 있지만, 대부분이 1년가량의 짧은 활약 이후 부상과 후유증을 겪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이러한 투수 운용 방식은 야구를 즐기는 팬들로 하여금 안타까움과 심지어는 분노를 유발한다. 정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선수와 코치진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팬들은 그냥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부상이 아닌 한 선수 교체 권한은 감독에게만 있는 만큼 이런 문제를 민감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혹사 논란의 일례로는 2015년~2017년의 한화이글스가 있다. 송은범, 권혁, 박정진, 송창식, 장민재, 김민우. 혹사 논란이 있었던 선수는 무려 6명이었다. 특히 ‘송창식 벌투 사건’은 아직도 회자되는 사건 중 하나이다. 2016년 4월 14일,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선발 투수로 등판한 송창식은 1회부터 대량 실점을 허용하며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코치진이나 감독의 마운드 방문 없이 경기는 계속 진행되었으며 4.1이닝 90구 12실점 10자책을 기록하며 등판을 마무리하였다. 이외에도 이 시기 한화이글스 불펜진의 2연투, 3연투 기록이 KBO 역대 최고 수준을 찍는 등 혹사 논란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모습을 여럿 보여주었다. 후에 감독에게 고마움을 표현한 선수도 있었지만, 이면에는 훈련 방식을 버티지 못하고 수술과 부상 후유증을 겪다가 재기하지 못한 선수도 있다. 과거 일본 훈련 방식 중 공을 많이 던지며 하체로 던지는 법을 익히는 방식도 존재했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망가진 선수만 남을 뿐이다.
이는 과거의 사례에 불과하다며 가볍게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2025년의 KBO에서도 KT 위즈, 롯데 자이언츠, 한화 이글스 등 많은 구단이 불펜 혹사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의 다수는 선수들이 직접 괜찮다고 언급하며 일단락되었다. 프로 야구는 지켜보는 팬들이 많고 트레이닝 코치 또한 존재한다. 이러한 리그에서도 투수 혹사 논란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별다른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대학 야구는 어떨까. 프로보다 선수의 수도, 규제도 부족한 대학 야구 또한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미디어에 잘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혹사가 있었는지도 모르게 조용히 묻히는 경우도 있다.
당장 2022년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의 송원대 정현수의 투구 일지를 보면 이는 과거의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대회 기간 13일간 7경기에서 정현수가 던진 공은 총 567구였다. 그는 5승 무패 평균자책점 2.81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쓰며 팀을 이끌었으며 프로에 입단 후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혹사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지에도 그의 준수한 성적 덕에 논란은 크게 일어나지 않았고 미디어 또한 조용했다.
대학 야구 리그는 대회의 결승이나 왕중왕전 경기를 제외하고는 현장 여건상 중계를 하지 않는 경기의 비율이 훨씬 높다. 또한 대부분 경기가 접근이 어려운 지방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는 스카우터 외에 팬들이나 미디어의 관심과 주목은 기대하기 어렵다. 정현수는 송원대의 자타공인 에이스로, 대학 리그에서 이미 이름을 알린 덕분에 관련 기사가 있었다. 그러나 이외의 대학 선수들은 이 순간 얼마나 혹사를 당하고 있는지조차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고교 야구와 달리 성인 선수들이 출전하기 때문에 비교적 규제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그 예시로 고교 야구는 혹사 논란 이후 2014년도부터 투구수 제한 규정이 도입되었고 최근까지 계속해서 보완하는 중이지만, 대학 야구는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관련 규정이 도입되지 않았다. 현재의 리그 운영 체계에서는 이러한 여러 요인으로 인해 선수 혹사를 막을 장치가 사실상 부재하다.
규제가 약한 만큼 여전히 존재하는 혹사를 위해 변화는 필요하다. 좁은 프로 입단의 문을 통과하기 위해 팀 성적을 내고 스카우터의 눈에 띄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선수의 삶을 고려한다면 최소한의 보호 장치는 마련되어야 한다. 선수의 성적을 저하시키고 팀의 성적을 저하시키기 위한 규정이 아닌, 사각지대에 있는 선수들을 위한 규정이 도입되어 대학 야구 선수들이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환경에서 야구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