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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 VIEW]그래도 대학농구 지도자들이 선수들의 얼리 도전을 막아선 안된다
작성자 에스카카_류창선작성일 2026.04.27 조회 134



[ESKAKA=류창선 기자] 지난해 하반기, 일부 대학 농구 지도자들이 KBL을 찾아 얼리 드래프트와 고졸 진출에 대한 제도적 제한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배경에는 실제 대학 팀들이 겪고 있는 전력 불안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연세대의 경우, 4학년 이규태(200cm, C)의 졸업을 앞둔 상황에서, 3학년 강지훈(202cm, C)에 이어 2학년 이유진(200cm, F)까지 연이어 얼리 드래프트를 선언하며 이듬해 팀의 핵심 빅맨 자원이 한꺼번에 이탈할 상황에 처했다. 이로 인해 팀 분위기가 흔들렸다는 소문이 돌았고, 실제로 리그 하반기 고려대를 시작으로 상대적 약팀인 단국대, 동국대에 3연패를 당하기도 했다. 결국 플레이오프 준결승에서는 성균관대에 65-92로 완패하며 탈락했다.

 

이처럼 얼리 드래프트는 단순한 개인 선택을 넘어 팀 전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얼리 드래프트란 무엇일까. 이는 고등학교 졸업 예정 선수나 대학 재학 중인 선수가 졸업을 기다리지 않고 조기에 프로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선수 입장에서는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이다. 자신의 기량이 이미 대학 무대를 넘어섰다고 판단될 경우, 하루라도 빨리 프로에 진출해 더 높은 수준의 경쟁 속에서 성장하고 안정적인 연봉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단 역시 유망주를 조기에 확보해 장기적으로 육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득이 있다.

 

NBA의 경우 ‘원 앤 던(One and Done)’ 문화가 자리 잡으며, 유망주들이 대학 1학년만 마치고 드래프트에 나서는 사례가 일반적이다. 오히려 드래프트 시점을 늦출 경우 1학년 때 못 나간 이유가 있을 거라는 선입견 때문에 평가가 하락하는 경우도 있어, 일찍 프로에 진출하는 것이 더 보편적이다. 국내 역시 이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2023년 KBL 드래프트에서 5명이 얼리를 신청한 데 이어, 2024년 9명, 2025년에는 역대 최다인 14명이 얼리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성과도 뚜렷하다. 2024년에는 박정웅(홍대부고), 이근준(경복고), 김보배(연세대 3학년)가 1~3순위로 지명됐고, 이민서(연세대 3학년, 7순위)까지 포함해 총 4명의 얼리 엔트리가 1라운드에 진입했다. 2025년에는 흐름이 더욱 강해졌다. 에디 다니엘(용산고)과 김건하(무룡고)이 KBL 연고지명선수로 각각 서울 SK와 울산 현대모비스에 입단한 데 이어, 문유현(고려대 3학년), 이유진(연세대 2학년), 윤기찬(고려대 3학년), 강지훈(연세대 3학년)이 1~4순위를 휩쓸었다. 여기에 양우혁(삼일고, 6순위), 강성욱(성균관대 3학년, 8순위), 김명진(동국대 3학년, 9순위)까지 더해지며 1라운드 지명자 10명 중 7명이 얼리 신청자로 채워졌다.

 

2025-2026시즌 KBL은 어느 때보다 얼리 엔트리 출신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과거 얼리 선수들이 프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벤치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던 것과 달리, 이번 시즌 신인들은 입단과 동시에 팀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으며 리그 판도에 변화를 가져왔다. 강성욱(수원 KT)은 평균 11.3점을 기록하며 팀 내 국내 선수 득점 1위에 올랐다. 문유현(안양 정관장), 강지훈(고양 소노), 에디 다니엘(서울 SK) 역시 2027 FIBA 농구월드컵 아시아예선 윈도우2 국가대표 최종 12인에 이름을 올리며 빠르게 프로 무대에 안착했다.

 

이처럼 얼리 드래프트를 선언한 신인들의 활약이 이어지면서, 얼리 진출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도 늘고 있다. 미국 역시 유망주들이 얼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얼리 드래프트가 왜 문제인가” 싶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은 농구 인프라에서 너무나 큰 차이를 보인다. 미국은 약 1만 8천 개 이상의 고등학교 농구팀과 350개가 넘는 NCAA 디비전1 팀을 기반으로, 매년 수천 명의 유망주가 새롭게 유입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기존 선수들이 빠져도 생태계가 유지되는 이유다. 반면 한국은 남고부 팀이 약 30개, 대학 1부 리그도 11개 팀에 불과하다. 이런 제한된 구조 속에서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이탈은 팀 전력은 물론, 리그 전체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대학 감독들이 제도적 제한까지 요구하며 얼리 드래프트를 경계하는 가장 큰 이유는 팀 운영의 연속성과 전술적 완성도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 팀은 보통 4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선수단을 구성하고, 그 안에서 팀 색깔과 전술을 단계적으로 완성해간다. 하지만 핵심 선수의 조기 이탈은 이 구조를 단번에 흔든다. 연세대 사례처럼 팀의 중심을 이루던 빅맨들이 한꺼번에 빠질 경우, 이를 대체할 즉각적인 방법이 사실상 없다. 대학은 프로와 달리 트레이드나 자유계약을 통해 전력을 보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주축 선수의 공백은 곧바로 경기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영향이 특정 팀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 농구는 ‘상위권 유망주 → 연고대 진학’ 구조가 뚜렷한 만큼, 고졸 얼리 드래프트 확산은 리그 전체의 선수 수급에도 영향을 미친다. 원래였으면 연고대에 진학했을 핵심 자원들이 먼저 프로로 빠져나가면, 그 아래 단계의 유망주들이 연고대로 진학하게 되고, 다른 대학들의 전력 보강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결국 상위권 대학은 공들여 키운 선수를 지키지 못해 전력이 흔들리고, 중하위권 대학은 유망주 확보 자체가 어려워지는 이중 구조에 놓이게 된다. 이는 대학 리그 전반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연결될 수 있다.

 

연고대에서 각각 두 명씩 얼리로 빠져나간 작년 드래프트 이후 올해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당장 지금까지의 2026 U-리그의 순위를 봐도 판도가 많이 바뀌었다. 2010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고려대와 연세대가 나란히 개막 2경기 만에 패배를 당했다. 작년 정규리그에서 16전 전승으로 대학리그 5연패를 달성하며 리그 최강자로 군림하던 고려대는, 현재 5경기에서 성균관대와 중앙대에게 패하며 리그 5위를 기록하는 등, 문유현과 윤기찬의 공백을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다. 연세대 또한, 에이스 이주영과 김승우가 3X3 아시아컵 일정으로 빠진 사이 경희대에 22점차로 패하는 등, 고학년들의 빈자리가 확실히 느껴진다.

 

현재 성균관대는 중앙대와 함께 무패 행진을 달리는 등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만약을 가정해보자. 지난해 얼리 드래프트 가능성이 거론됐던 구민교가 시즌 종료 후 얼리를 선언하고, 여기에 구인교와 원준석이 졸업으로 팀을 떠날 상황에서 이제원까지 얼리 드래프트를 선택한다면 어떨까. 이 경우, 팀 내 남는 190cm 이상의 자원이 191cm의 백지민 한 명뿐이게 되고, 이런 상황이라면, 전술 운용 자체가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농구 트렌드가 스몰볼이라고는 하지만, 기본적인 높이와 로스터 균형이 무너지면 정상적인 팀 운영은 어려워진다. 감독의 입장에선 이제원의 얼리 드래프트는 물론, 구민교의 얼리 드래프트까지 쉽사리 허락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팀 전력에 미치는 영향을 이유로, 핵심 선수들의 얼리 드래프트를 제한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선수가 프로 진출을 원함에도 불구하고 대학 팀을 위해 감독은 이를 막는 것이 옳은가?

 

아니다. 감독의 팀 운영권보다 우선시되어야 할 것은 선수 개인의 미래와 선택의 자유다. 대학 팀 전력 약화를 이유로 핵심 선수의 프로 진출을 제한하려는 시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존재한다.

 

첫째, 선수의 전성기와 가치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운동선수의 커리어는 짧고, 시장에서 평가받는 가치는 매 순간 변한다. 최상의 컨디션과 주가를 기록하고 있을 때 더 높은 수준의 리그에서 도전하는 것은 프로를 지망하는 학생 선수에게 당연한 권리다. 이를 감독이나 학교의 안위를 위해 인위적으로 늦추는 것은 선수가 누릴 수 있는 이익을 가로막는 행위다.

 

둘째, 대학 농구의 존재 이유는 결국 '선수 육성'에 있다. 대학은 선수가 더 큰 무대로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정거장이지, 실적에 급급한 “프로 사관 학교”가 아니다. 제자가 프로에서 핵심 선수로 성장하는 것보다 당장 우리 팀의 승수 하나를 더 챙기는 것이 우선이라면, 그것은 분명 진정한 교육자의 태도로서는 아쉬운 행보일 것이다.

 

우리는 지도자의 욕심과 팀 성적을 향한 집착이 대형 유망주의 재능을 어떻게 갉아먹는지 이미 뼈아픈 사례를 목격한 바 있다. 바로 현재 일본 B2리그에서 뛰고 있는 이종현(야마가타 와이번스) 선수의 사례다. 2014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받으며 군면제를 획득하고 장차 대한민국 농구의 미래를 책임질 역대급 빅맨으로 기대를 모았던 그는 대학 시절 이미 프로 수준의 기량을 갖췄음에도 4학년 졸업반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는 4학년 드래프트 직전, 이미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음에도 팀의 승리와 정기전의 상징성을 위해 무리한 출전을 감행했고, 결국 부상이 악화된 채 프로 무대를 밟았다. 재능을 꽃피워야 할 가장 중요한 시기에 당한 부상은 결국 커리어 내내 그를 괴롭혔고, 한때 '국가대표 부동의 센터'로 불리던 그는 프로에서 기대만큼의 부활을 이뤄내지 못했다.

 

이종현의 사례는 대학 농구 지도자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던진다. 감독의 전술적 편의나 학교의 명예를 위해 선수의 몸과 미래를 담보로 잡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 제2의, 제3의 이종현이 나오지 않게 하려면, 지도자는 선수의 앞길을 막아서는 벽이 아니라 더 넓은 세상으로 밀어주는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대학 농구의 존립을 걱정하기에 앞서, 재능 있는 유망주가 더 큰 무대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기회를 놓치지 않게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한국 농구를 위하는 길이다.

대학 농구의 존립과 팀 운영을 걱정하는 감독들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현실적인 고민이다. 하지만 대학이라는 울타리가 선수의 재능을 가두는 창살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선수의 전성기는 기다려주지 않으며, 더 넓은 무대에서 도전하고 성장할 권리는 그 무엇보다 우선시되어야 할 가치이기 때문이다. 지도자의 역할은 팀의 승수를 쌓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자가 가장 빛날 수 있는 시기에 최고의 무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데 있다. 제2의 이종현과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감독의 커리어 욕심보다 선수의 꿈과 미래를 먼저 존중하는 성숙한 농구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대학 농구의 위기는 강제적인 규제가 아닌 농구 인프라 개선 등의 시스템 개선으로 풀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선수의 미래가 희생양으로 쓰여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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