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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호] 거친 경기장 속 피어나는 스포츠 정신, 신사들의 스포츠, 럭비
작성자 SPORTS KU 이동혁, 정주영작성일 2026.05.28 조회 48

[SPORTS KU=글 이동혁, 정주영 기자, 사진 SPORTS KU DB] 몸을 부딪치고 상대를 넘어뜨리는 스포츠. 많은 이들이 럭비를 거칠고 위험한 종목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럭비는 신사의 스포츠라고도 불리며 실제 럭비 경기에서 또한 여러 신사적인 모습과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를 볼 수 있다.

 

 

#시작부터 엘리트, 럭비의 탄생

우선 럭비의 기원을 보면 신사의 나라라고 불리는 영국의 명문 사립학교인럭비스쿨에서 탄생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기에 럭비는 자연스레 영국 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지금의 신사적인 문화를 가지게 됐다.

 

또한 럭비는 생긴 이래부터 꽤 오랜 시간 동안 엘리트주의를 지향해왔다. 영국의 또 다른 대표 스포츠인 축구와 비교했을 때, 과거 축구가 노동자 계급의 스포츠로 여겨진 반면 럭비는 상류층의 스포츠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이런 이미지가 생긴 이유로는 럭비가 요구하는 강한 정신력과 신체 능력도 있지만 럭비가 아마추어리즘을 고수한다는 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유럽의 상류층 사회는 스포츠를 단순히 즐기는 취미로 여겼기 때문에 돈으로 움직이는 프로페셔널리즘을 하층민의 저급한 것으로 여겨 아마추어리즘 중심의 럭비에 더 큰 관심을 가졌다. 그렇기에 럭비는 자연스레 상류층의 스포츠로 여겨지게 됐고 그 영향을 받아 경기장 내에서도 경기장 밖에서도 신사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승리를 위한 치열한 몸싸움

실제 럭비 경기에서는 공을 들고 돌파하는 선수를 막기 위해 두세 명의 수비수가 동시에 몸을 던져 태클하는 장면이 반복된다. 한 방향이 아니라 좌우와 뒤에서 동시에 가해지는 충돌은 강도가 크고, 선수들은 이를 피하지 않은 채 정면으로 받아낸다. 공격수는 공을 놓지 않기 위해 끝까지 버티고, 수비수는 그를 멈추기 위해 온몸을 던진다. 충돌의 순간에는 여러 명의 선수가 얽히며 균형을 잃고 쓰러지고, 그 위로 다시 다른 선수들이 합류하면서 짧은 시간 동안 복잡한 몸싸움이 이어진다. 상대방을 넘어뜨린 이후에도 플레이는 끝나지 않는다. 공을 지키려는 선수와 빼앗으려는 선수들이 바닥에서 밀고 당기며 경쟁하고, 주변 선수들은 재빠르게 정렬해 다음 플레이를 준비한다. 이러한 장면은 경기 내내 반복되며, 럭비를 처음 접하는 일반인들에게 위협적으로 느껴지기 쉽다.

 

#달리고, 부딪히고, 다시 일어나고

 특히 헬멧이나 두꺼운 보호 장비 없이 진행되는 경기 방식은 이러한 인식을 더 강화한다. 선수들은 마우스피스와 간단한 보호 장비만 착용한 채 강한 충돌을 감수한다. 전력질주하던 선수가 그대로 몸을 부딪치며 넘어지는 장면, 어깨와 몸통이 직접 충돌하는 순간은 보는 이로 하여금 위험성을 직관적으로 느끼게 만든다. 일반적인 기준에서 보면 부상을 우려할 만한 상황이 반복되지만, 선수들은 이를 피하지 않고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몸을 쓴다. 이처럼 럭비는 외형적으로만 보면 극단적인 신체 접촉이 중심이 되는 스포츠로 이해되기 쉽다.

 

#거침 속에서 나타나는 정돈됨

 그러나 이러한 거친 장면들은 단순한 충돌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럭비의 본질은 그 이후의 흐름에서 드러난다. 판정이 내려지는 순간, 방금까지 몸을 던지던 선수들은 즉시 움직임을 멈추고 빠르게 자리를 정리한다. 예를 들어 태클 이후 반칙이 선언되면, 선수들은 심판에게 달려가 항의하기보다 곧바로 뒤로 물러나고, 정해진 위치에 맞춰 다시 정렬한다. 격렬하게 얽혀 있던 선수들이 순식간에 흩어지며 질서를 회복하는 이 장면은 앞선 충돌과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충돌의 강도만 놓고 보면 매우 거친 스포츠이지만, 그 흐름은 놀라울 정도로 정돈돼 있다. 이는 단순한 행동의 차이가 아니라, 경기 전체가 일정한 규칙과 질서 아래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럭비 경기 안에서 드러나는 신사적인 모습

 

 이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심판에 대한 절대적인 존중이다. 럭비에서는 주장만이 심판과 대화할 수 있으며, 다른 선수들은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판정을 기다려야 한다. 실제 경기에서는 심판이 판정을 설명하는 동안 주장 한 명만이 가까이 서서 짧게 소통하고, 나머지 선수들은 뒤에서 조용히 상황을 받아들인다. 누군가 불필요하게 다가가 말을 걸거나 항의를 시도하는 순간, 그 자체로 제재 대상이 되기도 한다. 축구나 농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집단적인 항의 장면은 럭비에서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불리한 판정이 내려지더라도 선수들은 이를 뒤집으려 하기보다, 경기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곧바로 다음 플레이에 집중한다. 이러한 태도는 단순한 예의의 문제가 아니라, 경기 운영 방식 자체에 포함된 규칙이다.

 

#엄격한 룰 속에서 나오는 서로에 대한 존중

 또한 위험한 태클이나 규정을 벗어난 플레이는 즉시 페널티로 이어지며, 때에 따라 퇴장까지 주어진다. 예를 들어 상대의 목이나 머리 부위를 향한 높은 태클은 즉각적인 반칙으로 선언되며, 심판은 상황에 따라 옐로카드나 레드카드를 제시한다. 이미 공을 놓은 선수를 뒤늦게 밀어 넘어뜨리는 행위 역시 강하게 제재되며, 반복될 경우 팀 전체에 불리한 흐름을 만든다. 이외에도 공중에 떠 있는 상대를 밀어 위험한 자세로 떨어지게 만드는 행위, 무리하게 몸을 던져 상대를 비정상적인 각도로 넘어뜨리는 행위 또한 엄격하게 금지된다. 이러한 규정은 단순히 위험을 줄이기 위한 장치에 그치지 않는다. 선수들이 어떤 방식으로 몸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경기의 흐름을 일정한 틀 안에 유지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통제되지 않은 폭력이 아닌 규율 속에서 관리되는 움직임

 결과적으로 선수들은 단순히 강하게 부딪히는 것이 아니라, 규칙이 정한 범위 안에서 움직이는 방식을 익히게 된다.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정해진 질서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 경기의 기본 전제로 작용하며, 이는 자연스럽게 경기 분위기를 안정시키는 요소가 된다. 격렬한 상황 속에서도 불필요한 충돌이나 감정 싸움이 확산하지 않는 이유는, 이러한 규칙이 단순히 존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결국 럭비의 거침은 통제되지 않은 폭력이 아니라, 규율 속에서 관리되는 움직임이다. 격렬한 충돌과 빠른 전개 속에서도 경기는 무질서하게 흐르지 않고 일정한 기준을 유지한다. 선수들은 감정보다 규칙을 우선하며, 판정에 대한 수용과 질서 유지 자체를 경기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럭비가신사적인 스포츠라 불리는 이유는 부드러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거친 상황 속에서도 질서를 지켜내는 방식에 있다.

 

#경기보다 사람이 우선, 타나 우망아의 스포츠 정신

이런 신사의 모습을 보여준 경기의 사례가 여럿 있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2003년 뉴질랜드와 웨일스의 친선 경기에서의 타나 우망아의 모습이 있다. 당시 웨일스의 콜린 찰비스가 경기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하지만 경기는 계속 진행 중인 상황이었고 뉴질랜드가 공격 기회를 잡은 상태였다. 보통이라면 공격을 이어가는 상황이었지만 이때 뉴질랜드의 타나 우망아는 즉시 플레이를 멈추고 부상 선수에게 다가가 혀나 마우스피스가 기도를 막지 않게 하려고 회복 자세로 눕혀 기도를 확보하고 의료진이 도착할 때까지 상태를 지켜보았다. 이 사례는 단순한 도움이 아닌 본능적으로 경기보다 생명을 더 우선한 럭비의 핵심 가치를 나타내는 사례이다.

 

 

#경기장 밖에서 나타나는 신사적인 모습

또한 럭비의 신사적인 모습은 비단 경기 내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을 보여주는 럭비의 전통적인 모습이 여럿 있는데 그중 하나가 공식적인 문화는 아니지만 ‘3rd half’라는 문화가 있다. 이 문화는 경기중에는 승리를 위해 다투지만 결국에는 모두 동료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문화이다. 럭비는 경기 중 매우 치열하게 다투고 거친 신체 접촉이 많이 있는 스포츠이다. 그렇기에 경기 중 서로의 감정이 상하기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경기 후 ‘3rd half’라고 불리는 양 팀 선수들이 같이 모여 교류하는 시간을 가지며 감정의 골을 풀고 친목을 다지며 럭비의 존중, 예의, 공동체 정신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외적 모습에서부터 드러나는 럭비의 정신

 럭비의 신사적인 면을 보여주는 또 다른 부분으로 외적 부분을 중요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경기 내에서는 액세서리 착용을 금지하고 유니폼에서도 화려함보다는 기능성과 단정함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모습은 안전 문제를 예방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질서와 통일성을 나타낸다. 또한 오랜 전통을 가진 팀들은 경기 전후로 깔끔한 모습을 요구하며 블레이저, 넥타이 등을 착용하기도 한다. 이 모습은 자신들이 단순 운동선수가 아닌 하나의 대표자라는 정신을 나타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No side! 모두가 동료인 스포츠 럭비

럭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용어가 하나 있는데 바로 ‘No side’이다. 이 단어는 현재에는 자주 사용하지 않지만, 과거에는 럭비 경기의 경기 종료를 알리는 표현이었다. 보통 스포츠 경기의 경기 종료는 Game set, Full-time이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하지만 과거 럭비에서는 No side를 사용하며 모두가 적이 아닌 동료라는 정신을 강조했다. 지금은 이런 No side이 실제 경기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현재에도 럭비의 신사적인 스포츠 정신을 나타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축구는 훌리건들이 하는 신사적인 스포츠이고, 럭비는 신사들이 하는 훌리건 스포츠이다.” 영국의 전 총리인 윈스턴 처칠이 남긴 말이다. 경기에서는 매우 거칠고 치열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경기 안에서도 경기 밖에서도 럭비가 보여주는 신사적인 스포츠 정신을 잘 나타내는 말이다. 럭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많은 사람이 경기 내에서의 모습을 보고 거칠기만 한 스포츠로 알고 있다. 하지만 럭비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보면 럭비의 신사적인 진면목을 알 수 있을 것이다. SPORTS KU와 함께 럭비에 관심을 가져보며 럭비의 숨은 매력들과 스포츠 정신을 알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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