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SKAKA=나윤영 기자] ‘학생선수’라는 단어는 학생이면서 운동선수를 겸한다는 의미를 가지나, 실상은 운동선수라는 단어에 무게가 쏠려 있다. 이들에게 ‘학생’은 제도상 부여된 신분에 가깝지만, ‘운동선수’는 진로이자 생계 가능성과 연결된 정체성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미디어 속 학생선수는 종종 수업을 빠지거나 교실에서 잠을 자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예능에서도 이들은 운동에 몰두한 만큼 학업이나 상식이 부족한 인물로 소비되곤 한다. 과장한 면도 있겠으나 기본적으로는 현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학생선수들 역시 본인이 가진 학습권에 대한 자각조차 못 한 채 학습권을 상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습권이란 무엇일까. 헌법 제31조 제1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며 학습권을 기본권으로 선언하고 있다. 그렇기에 초중고교 선수들의 학습권은 꾸준히 논의되고 있는 사항 중 하나다. 중등교육기관 이하로는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주말리그 제도가 도입됐다. 이는 평일 수업 결손을 줄이고 학생선수가 정규 교육과 운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현장 분위기는 냉랭하다. 지속적으로 학부모와 지도자, 학생선수가 모두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필자 역시 도입 목적에는 공감한다. 애석하게도 모든 학생이 운동선수라는 직업을 갖고 살게 될 수는 없으니 일정 수준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점 말이다. 그러나 훈련·대회 일정과 수업이 충돌할 때 결손 수업을 보완할 체계는 충분하지 않은데, 출석 여부나 성적만 형식적으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지도자 중심의 운동부 문화 속에서 학습 참여에 대한 실질적 유인이 부재하기 때문에, 제도의 목적과 실제 운영 사이에 간극이 발생하고 있다.
대학은 비교적 학습권이 자율적이기에 학생선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학습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한양대학교·제주대학교 연구팀이 대학 엘리트 선수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대다수의 학생선수는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더 잘한다고 판단하는 운동을 선택하고 있으며 학업을 병행하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끼는 선수도 있었다. 이러한 대학선수들에게도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학점 평균에 따라 대회 출전을 통제해 학업을 강제할 수 있는 이른바 ‘C0룰’이 도입되었다.
그러나 해당 수칙은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인 KUSF에 소속된 선수들에게만 적용된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또한 대학의 성적 평가가 전반적으로 완화되는 경향 속에서, 학점 평균 C0라는 기준이 학생선수에게 충분한 학업 동기로 작동하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물론 해당 룰로 인해 연세대학교 축구부 선수가 대거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등 실제로 기능한 사실도 존재한다. 다만 이 사례는 제도가 제재 장치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지, 학생선수들이 학업의 필요성을 내면화하도록 만드는 실질적 유인책으로 기능했다는 근거로 보기는 어렵다.
이처럼 학업보다는 훈련이 우선일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 앞에서 그들의 학습권은 침해받고 있다. 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렇다. 조선대학교 연구팀이 대학 운동선수 8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는 수업에 참여하는 이유로 ‘학점 취득’을 꼽은 비율이 61.8%로 가장 높았고, 수업에 임하는 태도로는 ‘의무적 참여’가 48.3%로 1위를 차지했다. 즉, 절반에 가까운 선수들이 배움을 위해서가 아니라 출석 때문에 앉아 있는 셈이다.
이는 단순한 태도의 문제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연구에서는 그 원인을 어린 시절부터 강화된 운동 정체성으로 설명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부터 운동선수로서의 정체성이 굳어지면 학업은 자연스럽게 불확실한 보상을 지닌 부담으로 평가절하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종목과 기준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전문 선수로 진출하는 비율이 매우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더욱 중요한 문제다. 이는 전문 선수로 진출하지 못하는 다수의 학생선수가 운동 이후의 삶을 준비할 충분한 학습 기회를 얻지 못할 위험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모든 대학생은 어느 정도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 그러나 학생선수는 이미 어린 시절부터 특정 진로만을 전제로 훈련해왔다는 점에서 특수한 조건에 놓여 있다. 사회가 특별히 학생선수 학습권에 대해 적절한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 결론적으로 사회에서 요구하는 수준과 현장의 목소리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데, 다행히 현장의 분위기는 학습권 친화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전에 인용한 연구에서는 일부 팀의 경우 지도자가 먼저 학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자격증 취득이나 지도자 교육 등 다양한 학습 경험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사례가 확인됐다. 우리 학교 야구부 이연수 감독 역시 한 인터뷰에서 선수들에게 스스로 적극적 진로 탐색과 그에 연관된 노력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KUSF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두드림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선수와 일반 학생의 매칭을 통한 학습 지원, 일반 학생과의 교류 확대 등 학생선수가 운동부라는 울타리 안에 갇히지 않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선수들의 1순위는 여전히 훈련이다. 그들 자신도 학습권이 보장받아야 할 권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당장의 경기력과 프로 진출이라는 목표 앞에서 운동에 매진할 수밖에 없기에 그 구조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렇기에 학생선수의 학습권 논의는 정규 수업이나 강의 참여에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자격증 취득이나 진로 연계 프로그램처럼 현장에서 권유하면서도 운동 일정과 병행할 수 있는, 더 적극적인 형태의 학습권 확보가 앞으로의 과제로 남아 있다.
모두가 운동선수라는 직업을 갖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상황 속에서, 다양한 종목과 환경을 가진 선수들을 단순히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내기란 어렵다. 학습권을 지금도 충분히 보장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선수도 있을 것이고, 부족하다고 느끼는 선수도 있을 테니 학교 입장에서도 학습권 제도를 강제하기 쉽지 않다. 이러한 현실에서도 단 하나 분명한 것은 학생선수가 졸업한 뒤에 직업을 갖고 일을 하는 사회 구성원으로 길러내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선수의 학습권 논의는 수업 참여도 증진을 위해 ‘어떻게 수업에 앉아 있게 할 것인가’의 문제를 넘어, 운동 이후의 삶을 준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로 확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기틀이 되어주는 것은 학습권이라는 개념에 대한 인식과 그것이 학생선수에게도 보장받아야 할 권리라는 사실을 모두가 받아들이는 태도다.
업로드 날짜: 2026. 0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