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SF

KUSF

대학스포츠 뉴스 생생한 대학스포츠 소식을 알려드립니다!

대학스포츠 뉴스

[SPORTS KU 2026년 3월호] 수비의 심장: 유격수의 모든 것
작성자 SPORTS KU 오승효작성일 2026.04.06 조회 258


[SPORTS KU=글 오승효 기자, 사진 SPORTS KU DB]
"깡!" 날카로운 타격음과 함께 내야를 가르는 타구, 내야 수비의 중심에는 언제나 유격수가 있다. 찰나의 판단으로 경기의 흐름을 결정짓는 유격수의 움직임은 현대 야구 전술을 완성하는 핵심 요소이다. 다이아몬드 위 가장 역동적인 플레이어, 유격수에 대해 SPORTS KU와 함께 알아보자.

 

유격수의 탄생:shortstop 그리고 遊擊

  오늘날 다이아몬드의 중심에서 내야 수비를 진두지휘하는 유격수는 야구 초창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포지션이다. 1840년대 현대 야구의 기틀이 잡힐 당시, 야구공은 지금보다 훨씬 가볍고 반발력이 작았다. 이 때문에 외야수가 깊숙한 타구를 잡아 내야까지 한 번에 송구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고, 이러한 전술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현대 야구의 설계자 닥 애덤스(Doc Adams)가 외야와 내야 사이를 누비며 공을 연결해 줄 중계 역할을 새롭게 배치한 것이 유격수의 시초이다.

  명칭인 'Shortstop' 역시 이 초창기 역할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당시 이들은 주로 내야와 외야 사이의 짧은(Short) 지점에 멈춰 서서(Stop) 외야수의 공을 기다렸기 때문이다. 동양권에서 쓰이는 유격(遊擊)’이라는 한자어 역시 흥미로운 유래를 갖는다. 19세기 말 일본에 야구가 도입될 당시 정해진 베이스 없이 넓은 지역을 유랑하듯 돌아다니며 수비하는 모습이 마치 유격대와 같다고 하여 '놀 유()''칠 격()'자를 써서 유격수(遊擊手)라 부르기 시작했다.

 

  유격수가 내야 포지션 중 마지막 번호인 수비 번호 6번을 부여받게 된 이유도 이 탄생 배경과 맞닿아 있다. 야구 포지션 번호는 중요도와 역할에 따라 부여됐는데, 초기 유격수는 베이스를 직접 지키는 내야수보다 외야와 내야 사이의 짧은 외야(Short field)를 담당하는 보조적 성격이 강했기에 주요 내야 포지션에 밀려 6번을 받게 된 것이다. 비록 시작은 번호만큼이나 뒤처진 보조자였으나 오늘날 유격수는 가장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내야 전체의 안정감을 책임지는 핵심 사령관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유격수의 역할과 요건: 다이아몬드의 지휘관

  유격수는 내야 중앙에서 팀 전체를 조율하는 야전 지휘관이다. 단순히 타구를 처리하는 것을 넘어 동료들의 위치를 지시하고 상황을 통제하는 유격수의 핵심 역할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압도적인 수비 범위이다. 강습 타구에 대한 대응이 강조되는 3루수와 달리, 유격수는 2루와 3루 사이의 광활한 구역을 홀로 책임진다. 당겨치기 타구의 일차 방어선 역할을 수행하며 외야로 흐르는 공을 차단하기 위해 먼 거리까지 질주해야 하는 유격수에게 넓은 활동량은 필수적이다둘째는 최장거리 송구를 책임지는 전략적 지위이다. 내야에서 가장 깊숙한 3유간 타구까지 처리해야 하기에, 1루까지 공을 가장 멀리 정확하게 보내 팀 수비 전체에 안정감을 불어넣어야 한다마지막은 내야 수비의 핵심 연결고리 역할이다. 2루수와 키스톤 콤비(Keystone Combi)를 이루어 병살타 상황의 시작점을 만들고, 외야 송구를 내야로 전달하는 컷오프(Cut-off) 플레이를 통해 상대의 추가 진루를 억제한다.

  이러한 막중한 중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운동 신경이 좋은 것을 넘어, 유격수만의 특화된 세 가지 무기가 뒷받침돼야 한다.

  먼저 민첩한 풋워크와 정교한 핸들링이다. 불규칙 바운드가 잦은 구역 특성상 발을 빠르게 움직여 최적의 포구 위치를 잡아야 하며, 글러브에서 공을 빼내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핸들링은 아웃카운트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이다다음은 강력한 어깨와 간결한 송구 메커니즘이다. 3유간 깊은 타구를 처리할 수 있는 강한 어깨는 기본이며, 잡은 뒤 송구로 이어지는 동작이 간결해야만 발 빠른 타자와의 시간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마지막은 경기 흐름을 읽는 예측력과 야구 지능(B-IQ)이다. 투수의 구종과 타자의 성향을 고려해 수비 위치를 미세하게 조정하고, 발생 가능한 상황을 미리 머릿속에 그리는 지능적인 플레이가 유격수의 가치를 완성한다.

 

유격수의 수비분포도와 전략적 수비시프트

 

  야구 데이터 분석에서 볼 수 있는 수비 분포도는 유격수가 왜 내야의 마당발인지를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지표이다. 유격수의 수비 분포도를 다른 내야수의 데이터와 비교해 보면, 베이스 근처에 점들이 밀집된 타 포지션과 달리 2루와 3루 사이를 가로지르는 광활한 부채꼴 모양이 나타난다.

  특히 현대 야구에서 유격수의 수비 분포도는 타구 방향 데이터에 기반한 수비 시프트를 통해 더욱 정교해진다. 과거에는 정해진 위치를 지켰다면 현대에는 타자의 타구 분포도에 따라 유격수의 위치가 유동적으로 변한다. 예를 들어, 극단적으로 타구를 잡아당기는 우타자가 들어서면 유격수는 평소보다 3루 쪽 깊숙한 곳으로 이동해 장타성 타구의 길목을 차단하는 것이다.

 

시대에 따른 유격수 수요의 변화

  야구의 역사 속에서 유격수는 그 시대가 지향하는 야구 철학에 따라 끊임없이 그 모습과 가치를 달리해왔다. 수비 전문 포지션에서 완성형 유틸리티로 진화한 유격수의 변천사를 살펴보자.

 

▶클래식 시대(80~90년대 초) : 수비 전문 포지션

  과거 야구에서 유격수는 수비만 잘해도 본전이라는 인식이 강한 포지션이었기에, 타석에서의 생산성보다는 넓은 수비 범위를 커버하는 민첩성과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확한 송구 능력이 최우선 가치로 평가받았다. 1994년 거의 전 경기에 출장하며 단 8개의 실책으로 유격수 중 최소 실책을 기록한 염경엽(경영87)은 넓은 활동량과 기본기에 충실한 수비로 내야에 안정감을 더하며 완성된 수비를 갖춘 유격수의 전형을 보여줬다.

 


 

 

▶90년대 후반 ~ 2010년대 : ··주 패러다임의 변화와 완성형

  메이저리그에서의 사례를 통해 유격수도 중심 타선에서 홈런을 때려내고 타점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면서, 수비력은 기본이고 장타력까지 겸비한 대형 유격수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KBO 역시 이 시기를 기점으로 이종범(건국대89, 기아 타이거즈)처럼 공격과 주루에서 압도적인 파괴력을 보여주는 모델이 등장하며, 유격수는 단순한 수비 포지션을 넘어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현대 야구 : 완성형 유틸리티

  현대 야구에서는 유격수에게 완벽한 유틸리티 플레이어의 면모를 요구한다. 투수들의 구속이 빨라지고 타구 속도가 급격히 상승함에 따라 이를 처리할 강한 어깨는 물론, 리드오프 또는 중심타선에서 팀의 승리를 책임질 수 있는 공격력까지 요구한다풋워크와 핸들링 능력이 매우 뛰어나 좌우로 빠지는 까다로운 타구에 대해서도 순발력 있게 대응하는 김주원(NC 다이노스)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그는 2025 시즌 역대 유격수 6번째로 15홈런-40도루를 달성하고, 골든글러브 유격수 부문을 수상하며 완성형 유격수의 모습을 보여줬다.

 

유격수의 글러브는 왜 작을까?

  야수들의 글러브를 자세히 관찰하면 포지션마다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임을 알 수 있다. 그중에서도 유격수의 글러브는 11.25~11.75인치 내외로, 내야수 중 가장 작은 축에 속한다. 광활한 수비 범위를 자랑하는 유격수라면 공을 더 잘 낚아채기 위해 큰 글러브를 써야 할 것 같지만, 여기에는 유격수만의 전술적 이유가 숨어 있다.

   유격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포구 후 송구까지의 연결 속도이다. 글러브가 크고 포켓(공이 들어가는 주머니)이 깊으면 공을 안정적으로 가둘 수는 있지만, 반대로 공을 꺼내 손에 쥐는 시간은 길어진다. 0.1초 차이로 세이프와 아웃이 결정되는 유격수의 수비 환경에서 이는 치명적이기에 유격수는 포켓이 얕고 바닥면이 평평한 작은 글러브를 사용하여 포구 후 송구를 빠르고 정확하게 하도록 한다.

 

 

 

 

2025 시즌 고려대의 주전 유격수 안재연(체교 22, SSG 랜더스)


  지난
4년간 고려대학교 야구부 내야의 중심에는 안재연(체교22, SSG 랜더스)이 있었다. 그는 2025 시즌 주전 2루수 유정택(체교22, 키움 히어로즈)과 함께 견고한 키스톤 콤비를 이루며 고려대의 내야 수비를 책임졌다. 수비에서의 안정감은 타석에서의 폭발력으로 이어졌는데, 2025 시즌 주로 팀의 3, 4번 타순에 배치된 그는 결정적인 상황마다 타점을 생산하며 공격형 유격수의 면모를 증명했다. ··주에서 완성형 유틸리티의 가치를 보여준 안재연은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2025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SSG 랜더스의 지명을 받으며 프로 무대에 진출했다. 




 

 

내야의 새로운 사령관 김재익(체교24)이 그리는 2026 시즌

    

  SPORTS KU(이하 KU): 지난 시즌 고려대 내야의 핵심이었던 안재연 선수를 이어 유격수 자리에 서게 됐는데, 이에 대한 무게감이나 압박감이 있는지?

김재익(이하 재익): 무게감과 책임감은 분명히 있지만, 선배가 만들어 놓은 기준이 오히려 동기부여가 돼요. 압박을 부담으로 보기보다 팀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유격수가 되라는 기대로 받아들이고, 매 경기 기본에 집중해 안정적인 수비와 적극적인 소통으로 팀에 보탬이 되겠습니다.

KU: 본인이 생각하는 유격수라는 포지션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지?

재익: 유격수는 수비의 중심에서 순간의 플레이로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포지션이라는 점이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KU: 흔히 유격수의 자질로 민첩한 풋워크, 핸들링, 강한 어깨를 꼽는다. 이 중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본인의 장점은 어디에 가깝다고 생각하는지?

재익: 강한 어깨보다는 풋워크와 핸들링으로 수비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 장점도 이 두 가지에 가깝습니다.

KU: 경기 중 여러 크고 작은 수비를 해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 특별히 신경 쓰는 훈련이나 경기 직전 마음을 다잡는 본인만의 루틴이 있는지?

재익: 항상 수비 연습을 할 때 시합처럼 주자가 있다고 생각하고 움직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하던 대로 하자!라고 마음먹고 시합에 임합니다.

KU: 모든 고려대 선수가 꿈꾸는 정기전 무대, 유격수로서 꼭 보여주고 싶은 결정적인 장면이 있다면?

재익: 중요한 상황에서 호수비로 실점을 막고 승리에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유격수는 내야의 중심에 서서 모든 수비의 시작점을 만드는 포지션이다. 찰나의 순간에 만들어내는 유격수의 움직임은 경기장에 뜨거운 함성이 울려 퍼지게 하고, 이들의 활약은 이제 공··주 모든 측면에서 팀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위 가장 역동적인 플레이어, 유격수의 움직임에 주목해 보자.

이전글 [2026 KUSF 대학야구 U-리그] 제주관광대전, 승리의 봄바람을 타고 12-0 대승
다음글 [2026 KUSF 대학야구 U-리그] “목표는 전승 우승” 공수 맹활약, 승리의 중심에 선 히어로 정지성!